2020/09 2

J의 새벽 연락

‘학창 시절 J는 참 똑똑했다.’ 그건 아마 내 기억 속에서 좀 더 부풀려졌는지도 모른다.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고, 그때의 나도 지금 같지 않았으니까. 성적이 상위권이었다 그런 게 아니다. 뭔가 하는 행동이 시원하고 유쾌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름 석 자를 들으니까 안개 물기처럼 남아있던 분위기가 떠오른다. ‘똑 부러졌었지. 아마?’ 그런 그녀가 내 앞에서 자기 인생을 한탄하고 있다. 나는 이런 기대를 하고 나온 게 아니었는데. 아무튼, 이런 그녀의 모습도 뭔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막연하게 더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 됐을 거라 생각했나 보다. 집을 나서는 동안 내가 망상을 했나? 어찌 됐든 ‘낯선’이라기엔 가깝고, ‘지인’이라고 하기엔 타인에 가까운 친구를 그렇게 만났다. 느닷없이. 그리고 의외의 모습으..

살인자의 ‘용서받았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났다.

“살인자가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받았다.’는 말을 어쩜 그렇게 뻔뻔하게 할 수 있는 거죠? 그 얘기를 듣고 너무 어이없어서 화가 났어요. 죽은 사람은 돌아올 수 없고, 그게 그렇게 피해자와 가족들로부터 쉽게 용서받을 일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런 식으로….” “아…. 그건 말하기 쉬운 얘긴 아니지만….” “그 뻔뻔함에 대해서 인정하겠다는 건가요?” “당신이나 저, 그 가해자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한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크고 작은 변화를 겪으며 이뤄온 생각과 그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었어요. 그 대답이 나오게 된 과정을 공유하고,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상관없이요.” “그렇겠죠. 하지만, 그 살인자를 저와 비슷하게 취급하진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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