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mily of the Year 'Hold Me Down'




“계곡에 가면 나는 흙냄새요. 고운 흙은 아니고 작은 자갈과 낙엽이 삭아서 섞인 거예요. 맑은 계곡물에 씻기면서 깨끗하고 상쾌한 냄새가 나요.”


“구체적이네요.”


“제가 여행을 많이 안 다녀봐서 본 것도 아는 것도 별로 없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향기를 꼽으라면 그 냄새예요.”


“흙냄새가 좋기는 하지만 낙엽 썩은 냄새가 상쾌하다니 좀 의외네요?”


“습기가 고여서 꿉꿉한 그런 게 아니에요. 제가 말한 장소는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니까 상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표현하기 힘든데 아마 그 장소에 같이 가보시면 아실 거예요.”


“제가 등산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럴지도.”


“흙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은 저 말고도 많지 않나요? 비 올 때 나는 냄새라든가...”


“그렇네요. 아무튼 지금은 기다 씨 얘기를 듣고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는 중이니까요.”


“네. 그냥 어떤 냄새를 좋아하냐고 물어보셨는데 갑자기 계곡 길을 걷던 장면이 떠올라서 흥분했나 봐요.”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얘기할 땐 다들 그렇죠.”


“냄새에 대한 건 왜 물어보신 거예요? 지난번처럼 또 뭘 알 수 있는 건가요?”


“매번 말씀드리지만 어떤 규칙 같은 것으로 단정 짓지 말고 들어주세요.”


“네.”


“어떤 연구 결과를 봤어요. 향기에 대한 긍정적인 ‘취향’이라는 것은, 몸의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고자 하는 ‘육체적인 욕구’가 반영된 거라고 해요. 악취를 맡고 뭔가 나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도 같은 원리죠. 그저 냄새의 분자를 분석하는 것뿐인데 어떤 건 향기롭고 어떤 건 경계해야 할 냄새라고 순간적으로 판단한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생각해보니 음식 냄새를 맡고 식욕이 돈다거나, 상한 걸 알 수 있는….”


“맞아요. 그런데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흥미로운 점은, 기다 씨처럼 음식이 아닌 다양한 향기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흥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에요.”


“꽃이라든가 향수… 어떤 장소의 분위기라든가….”


“후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이에요. 그리고 아주 깊게 기억에 새겨지고요. 어떤 분위기라고 하셨죠? 저도 상담하면서 특정한 냄새를 맡으면 생각나는 사람이나 장소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좋은 추억과 함께 그 장소의 냄새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죠. 기다 씨처럼 말이에요.”


“그러면 계곡의 냄새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뭔가 자연적인? 그런 게 필요하다는 얘기가 될까요?”


“일단은 그렇게 말할 수 있겠죠. 예전에는 향기에 대한 취향을 그저 ‘좋았던 기억’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좋았다’라는 기억은 어쩌면 현재 느끼는 부족함 때문에 더 강렬해지는 거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욕구와 향기의 취향이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예요.”


“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요?”


“그렇다고 기다 씨가 지금 당장 산속에 집을 짓고 살 수는 없잖아요? 지금도 잘 버티며 살고 있고요. 가끔 그 장소로 여행을 갈 수는 있겠지만,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현실에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향수를 만들 듯이 기다 씨가 말한 ‘향기’를 쪼개 본다면, 흙과 물과 식물. 그리고 그 속의 박테리아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미묘한 냄새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그 냄새의 근원이 되는 것들을 채워야 한다는 건가요?”


“맞아요. 그게 음식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장소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어쩌면 볕을 쬐고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지도 몰라요. 이 지점은 과학적으로 연구가 된 부분이 아니라서 단언하기 어렵지만, 본능적으로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네. 선생님과 상담하는 게 일반적인 병원 치료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요. 제 몸이 기계도 아니고 무슨 과학적인 분석을 하려고 온 것도 아니니까요. 저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알아보고 싶어서 선생님을 찾아온 거니까요.


“네. 저와 얘기하는 건 정신과 상담하고는 좀 다르죠. 친구나 선배와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선생님은 매주 저에게 사용하는 방법들을 직접 본인에게 적용해 보셨나요? 인생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셨나요?”


“몇 주 더 해보시면 그 느낌이나 원리를 알 수 있을 거예요. 어쩌면 평생 저와 시간을 두고 만나셔야 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뭔가를 바꾸려고 하는 상담이 아니라는 거예요. 대답 없는 나에 대한 ‘스무고개’를 한다고 해두죠.”


“어렵네요.”


“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네?”


“두 친구가 있어요. 한 사람은 멀리 여행 다니기를 좋아해요. 다른 사람은 자리 지키기를 좋아하고요. 두 사람의 인생은 각자의 시계대로 흘러가고 나름의 성장을 해요. 그러던 어느 날 자리를 지키는 친구가 말해요. ‘왜 여행을 다녀? 갔다 오면 어차피 제자리잖아?’ 라고요. 기다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요. 저는 잠깐이라도 여행 다녀오면 좋던데. 그게 왜 좋은지는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그랬대요, ‘사실 내 여행이 별거 없기는 해.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더라고. 나는 걸으면서 거창한 인생의 계획을 세우지도 않지. 그저 낯선 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구경하다 오는 거야. 그런데 출발할 때의 나와 여행을 다녀온 후의 나는 전혀 다른 모습인 거지.’”


“대답을 기다리던 친구는 명확한 대답을 원하는 타입인 것 같은데, 대답을 시원찮다고 생각했을 것 같네요.”


“‘달라진 거라곤 검게 타버린 얼굴뿐인데?’라고 했을 거예요. 극명하게 다른 타입의 두 사람이었기 때문에 각자의 해답이 상대에게 적용되기는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기다 씨라면 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대답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꺼낸 이야기예요.”


“네. 저도 여행을 다녀온 후의 나는 분명 떠나기 전의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작은 변화…. 아니, 변화가 없어도 마음속 창고에 무언가 더 쌓고 돌아왔겠죠.”


“이야기에서 ‘여행’이라는 건 조금 상징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냄새와 관련된 부분이 기다 씨의 어떤 ‘여행’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거죠.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아. 뭔가 이해되려다가 더 어려워졌어요. 선생님.”


“은연중에 드는 생각이나 물건을 고르는 취향, 먹었던 음식들. 이런 것들은 무작위로 선택된 게 아니에요. 여행을 가기로 계획한 장소. 그곳에서 끌렸던 길과 사람들. 오늘은 냄새라는 것으로 기다 씨를 좀 더 알아보려고 했던 거죠. 오늘은 좀 쉬고 다음 주에 더 얘기할까요?”



사진. 글 ⓒ composition83(CP83)

Posted by C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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