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 12

인터뷰 진행 중 경험한 이상 신체 증상 (내성적인 PD의 말 못 할 고충)

교양 프로그램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동료들에게 조차 말 못 한 고충 하나가 있었다. 제작 여건이 열악한 관계로 혼자 촬영을 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카메라를 가슴에 붙여 들고 몇 발치 앞의 인터뷰이와 일대일로 이야기하는 동안 갑자기 몸이 굳어버리는 일이 생겼다. 주로 목 뒤로부터 시작하는 근육의 경직이었다. 이게 시작되면 인터뷰이와 도저히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눈을 마주치면 긴장이 목덜미 위아래로 퍼지면서 얼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때마다 카메라를 조금 높게 들어서, 액정화면 뒤로 내 얼굴을 숨겼다. 시선의 교류를 차단하려고 했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증상이 완화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액정 화면 속의 사람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고, 그 간접적인 시선만으로도 몸의 긴..

미인대회 폐지 말고 (방송의 매력 상품화에 관한 대화)

“왜 요즘엔 미인대회를 안 하는 걸까?” “글쎄. 성 상품화 그런 것 때문에 사라진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 근데 나 어렸을 때 내 주변 어른들이 미스코리아 나가보라고 했었거든. 얼마 전에 그 얘기가 갑자기 생각났는데, 가만 보니까 언제부턴가 미스코리아나 슈퍼모델 대회를 볼 수가 없더란 말이지.” “미스코리아? 으하하. 진심 아니지? 슈퍼모델 대회는 케이블에서 본 것 같은데 생각보다 인기가 없었던 듯?” “야! 지금은 뭐 보시다시피 이런 상태고…. 내가 어렸을 때, 엄마 졸라서 화장하고 찍은 사진도 어디 남아 있을걸? 그땐 진심이었다고. 아무튼, 노골적인 성 상품화는 눈살 찌푸려지는 거니까 사라져야 하는 게 맞겠지. 근데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냐? 이성에 대한 매력을 뽐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