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3

나이를 먹을수록 화를 참을 수가 없어요 (가득 차 버린 감정의 창고)

“나이를 먹으면서 화를 자주 내는 것 같아요.” “예전엔 어떠셨는데요?” “그게 말이죠. 화가 나도 그냥 참기만 했던 것 같아요. 딱히 하소연할 곳도 없었어요. 아무튼, 나이를 먹으면 너그러운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참기가 힘들어요.” “친구가 별로 없으신가요? 스트레스 푸는 방법 같은 건?” “별로. 남한테 제 얘기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밖에 어디 혼자 돌아다닐 데도 없고요.” “그럼 어렸을 때 친구들과는 뭘 하셨죠?” “학교도 못 마쳤는데 집안 형편이 좋질 않아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생각해보니까 다들 스쳐간 친구들인 것 같아요. 그러다가 이런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 그런 느낌으로 결혼했던 것 같아요. 가족과 떨어지려고요. 나중에 아이 낳아 기르면서 정 붙이고, 식당이..

계곡의 흙냄새 (기다 씨의 상담 일지 #2)

♪ Family of the Year 'Hold Me Down' “계곡에 가면 나는 흙냄새요. 고운 흙은 아니고 작은 자갈과 낙엽이 삭아서 섞인 거예요. 맑은 계곡물에 씻기면서 깨끗하고 상쾌한 냄새가 나요.” “구체적이네요.” “제가 여행을 많이 안 다녀봐서 본 것도 아는 것도 별로 없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향기를 꼽으라면 그 냄새예요.” “흙냄새가 좋기는 하지만 낙엽 썩은 냄새가 상쾌하다니 좀 의외네요?” “습기가 고여서 꿉꿉한 그런 게 아니에요. 제가 말한 장소는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니까 상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표현하기 힘든데 아마 그 장소에 같이 가보시면 아실 거예요.” “제가 등산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럴지도.” “흙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은 저 말고도 많지 않나요? 비 올 때 나..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 사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 사람 “선생님. 제가 여기 누워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나요. 꿈이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아요. 그런데 천장이 좀 삭막하네요. 아 죄송해요. 아무 말이나 해보라고 하셔서...” “...” “아. 그런데 이제 뭘 얘기하죠?” “조금씩 어렸을 때로 가면서 얘기하고 있으니까, 이번엔 기억나는 것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을 얘기해보세요.” “가장 오래된 기억이라면...” “보통 초등학교 입학 전의 기억을 한 두 개 정도는 가지고 있긴 해요. 기억이 나지 않으시면 그냥 어렸을 때 기억 아무거나 얘기하셔도 돼요.” “생각났어요. 나이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병아리를 사 와서 베란다에서 기르신 적이 있었어요. 가끔 가족들이 모일 때면 거실에 풀어둔 채 놀곤 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