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

J의 새벽 연락

‘학창 시절 J는 참 똑똑했다.’ 그건 아마 내 기억 속에서 좀 더 부풀려졌는지도 모른다.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고, 그때의 나도 지금 같지 않았으니까. 성적이 상위권이었다 그런 게 아니다. 뭔가 하는 행동이 시원하고 유쾌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름 석 자를 들으니까 안개 물기처럼 남아있던 분위기가 떠오른다. ‘똑 부러졌었지. 아마?’ 그런 그녀가 내 앞에서 자기 인생을 한탄하고 있다. 나는 이런 기대를 하고 나온 게 아니었는데. 아무튼, 이런 그녀의 모습도 뭔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막연하게 더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 됐을 거라 생각했나 보다. 집을 나서는 동안 내가 망상을 했나? 어찌 됐든 ‘낯선’이라기엔 가깝고, ‘지인’이라고 하기엔 타인에 가까운 친구를 그렇게 만났다. 느닷없이. 그리고 의외의 모습으..

시계 속의 코로나(비상이 일상화 되어가는 시간)

새벽에 눈을 떴는데 멀리 전자시계에 '코로나'라고 쓰여 있었다. '내 눈이 잘못됐나?' 잠결에 잘 못 본 거였다. 정신 차리고 다시 보니. 새벽 3시 24분이었다.전자시계라서 이렇게 표시된 것인데, 다시 보니 '코로나'라는 글자와 닮았다.나는 다행히 '코로나19' 때문에 크게 고생하고 있지는 않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도 은근 신경 쓰이는 문제였나보다. 많은 분들이 비상이 일상화 되어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모두에게 감사하고 힘내시라고 말하고 싶다.

맨발로 도시를 걷는 방법 (문득 눈이 떠진 새벽의 충동)

♪ 아이유 ‘사랑이 잘’ (feat. 오혁) (창작 글입니다.) 나는 요즘 이상하게 새벽이면 말똥말똥 눈이 떠져서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잠들곤 한다. 그날은 비 오는 밤이었다. 깨지 않았으면 비 오는 줄도 몰랐을 정도의 세차지 않은 비였다. 문득 맨발로 비 오는 거리를 걷고 싶어 졌다. ‘미쳤나?’ 새벽에 눈이 떠졌을 때는 꿈을 꾸다가 깨어나는 경우가 많았고, 뭔가 평소에는 생각지 못했던 단어의 조합들이 무작위로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데 나조차도 미쳤다고 느낄 법한 생각. 맨발로 밖에 나가보고 싶다니? ‘뭐 맨발로 밖에 나가는 게 불법은 아니잖아?’ 잠옷 대신 가벼운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습관적으로 신으려던 양말과 신발을 제쳐두었다. 현관 거울 앞에서 어둠 속의 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