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2

요리하는 작은 새

작은 새 한 마리가 요리를 시작했다.작은 새는 감자 몇 덩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연거푸 들었다 놓는다. 수프는 끓어가고, 작은 새의 손에는 서툰 상처의 피가 멎었다.방황하던 입술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혀가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음식을 꿀떡 삼키고 날아 가버렸다. 작은 새는 식탁에 놓인 빈 그릇을 보며 말했다. “고마워” 신이 난 작은 새는 하늘에 날개를 바치는 대는 대신 요리 방법을 선물로 받았다.작은 새의 날개 끝은 오그라들고 나는 방법을 잊었다.작은 새의 이름뿐인 날개는 젖고 마르고 또 젖는다.작은 새의 상처는 그늘진 주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작은 새는 계속 요리한다. 알고 지내던 바쁜 새가 찾아왔다. “요리로 돈을 벌어 봐” 작은 새의 가슴은 방망이질을 멈추지 않았고,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 “..

할아버지를 추모하는 방법

며칠 전 외할아버지의 5주기 날이었다. 오랜만에 외할머니댁에 모인 가족들이 기독교식 추모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하게 되었다. 할머니께서 준비하신 여러 음식을 먹으며 문득 매년 똑같이 흘러가는 추모의 시간이 덧없게 느껴졌다. 모여서 형식적인 예배를 드린 후, 밥을 먹고 헤어지는 것이... 그래서 나는 한 마디 하게 됐다. “이따가 커피 마시면서 각자 할아버지와 있었던 추억 같은 걸 얘기해보면 어떨까요?” 처음엔 다들 안 해봤던 이야기 주제인지라 으잉? 하는 반응이었지만 이내 분위기는 ‘그렇게 한 번 해보지 뭐’로 바뀌며 뜻이 모아졌다. 커피가 준비되고 나는 임시 사회자가 되어 할머니께 첫 번째 발언 기회를 드렸다. 할머니께 할아버지와의 추억 하나를 얘기해주십사 했는데, 할머니는 각자 돌아가면서 기도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