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 4

위기 상황을 상상해보는 연습 (가상의 글쓰기 발표 수업)

위기 상황을 상상해보는 연습 (가상의 글쓰기 발표 수업) “다음 사람 나와서 발표해보자.” “네.” 교탁 앞에 서자 친구들이 작은 박수를 쳐주었다. 규태는 멋쩍은 듯 선생님과 잠깐 눈을 마주치고 프린트해 온 종이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심호흡을 한다. “저는 선생님께서 내주신 과제를 듣자마자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버스기사이십니다.” 규태가 아버지의 직업을 말하자 친구들의 분주한 눈들은 일제히 한 곳을 향했다. 규태는 머리를 한 번 저으며 발표를 이어갔다. “원래 이번 발표 과제는 어떤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가상의 시나리오를 작성해오는 것이었는데, 저는 너무 궁금해서 아버지께 실제로 버스에서 어떤 비상 상황을 겪으셨는지 여쭤봤습니다.” “반칙인데~.” 교실 구석에서 농담 섞인 말..

계곡의 흙냄새 (기다 씨의 상담 일지 #2)

♪ Family of the Year 'Hold Me Down' “계곡에 가면 나는 흙냄새요. 고운 흙은 아니고 작은 자갈과 낙엽이 삭아서 섞인 거예요. 맑은 계곡물에 씻기면서 깨끗하고 상쾌한 냄새가 나요.” “구체적이네요.” “제가 여행을 많이 안 다녀봐서 본 것도 아는 것도 별로 없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향기를 꼽으라면 그 냄새예요.” “흙냄새가 좋기는 하지만 낙엽 썩은 냄새가 상쾌하다니 좀 의외네요?” “습기가 고여서 꿉꿉한 그런 게 아니에요. 제가 말한 장소는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니까 상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표현하기 힘든데 아마 그 장소에 같이 가보시면 아실 거예요.” “제가 등산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럴지도.” “흙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은 저 말고도 많지 않나요? 비 올 때 나..

끊임없이 죽음을 거부하는 존재

"아오, 이거 마시니까 살 것 같다." "고작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고?" "그냥, 하루 종일 청소하느라 죽는 줄 알았거든." "이사할 오피스텔은 아직도 정리 안 끝났어?" "말이 오피스텔이지, 전에 쓰던 사람이 얼마나 시궁창으로 만들어놨던지... 말도 마라." "그래서 좀 싸게 들어갔다며." "그렇긴 하지. 하하." "근데 이 커피 평소랑 좀 맛이 다른 거 같지 않아?" "그런가? 지금 너무 피곤해서 차갑다는 거 말고는 못 느끼겠어. 흐흐" "그냥 뭔가 좀 오래된 느낌도 나고... 기분 탓인가." "아, 맞다." "갑자기 뭐가?" "아까 오피스텔 베란다 안쪽에 곰팡이 엄청 핀 것들 다 긁어냈거든." "곰팡이?" "그 베란다 안에 작은 창고 같은 게 있는데, 여름에 물이 샜는지 곰팡이가 엄청 덮여있더라고..

'겸손하다'의 정의

사전적인 정의가 내려진 무수한 단어들이 있지만, 가끔씩 내 나름대로 정의를 내린 단어들이 있다. ‘겸손하다’는 것의 정의는 무엇일까? 사전에는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라고 되어있다. ‘겸손’ 혹은 ‘겸손하다’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나에게는 비슷한 듯 다른 여러 가지로 느껴지기에 잠시 적어보고자 한다. 아주 예전에 누구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겸손이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드러내지 않는 것, 자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들었다. 맞는 듯 하지만, 나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는 정의였다. 자랑하다가 망신당하는 것 보다는 조용하게 있다가 나중에 빛을 발하는 편이 훨씬 좋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겸손 보다는 대인관계에서의 예의 같은 조금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아무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