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2

‘습관성 미안함’ 가진 PD가 생각하는 ‘방송 연출’ (이제와 반성문 길게 쓴다고 잘한 것은 아니지만)

TV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경험으로 글을 연재하고 있다. 그런데 처음 생각과 다르게 일종의 ‘반성문’을 쓰게 되는 기분이다. 알게 모르게 방송 때문에 도움 주신 분들의 마음을 다치게 한 일들이 많을뿐더러, 개인적인 성취의 부족과 시스템의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마음의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작업해온 ‘방송 연출’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을 적기 전에 먼저 찾아본 사전에는 연출을 ‘대본이나 현실(팩트)을 가시화하는 작업’(영상콘텐츠제작사전 참고)이라 정의하고 있다. 나는 여기에 직접 몸으로 겪으면서 느낀 것들을 더해서 ‘방송 연출’의 뜻을 다음과 같이 정의해보고 싶다. 「생각과 글의 내용, 느낌이나 분위기, 어떤 의도 등 보이지 않지만 확실하게 존재하는 개념적인 것들을 영상과 소리에 기반하..

PD 입봉 후 직면한 ‘결정 장애’ (창의적인 명확함이 필요한 직업)

프로듀서(PD)와 연출자 본연의 역할은 별개이지만 보통의 방송 PD는 그것을 겸한다. 프로듀서로서 기획 및 제작 총괄, 연출자로서 무형의 결과물을 유의미한 그림으로 실체화시키는 작업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 외주 프로덕션의 PD였던 나였기에 그 의미를 섞어서 사용한다는 것을 적어둔다. 조연출 시절을 보내고 PD로 입봉 하게 된 후, 가장 먼저 직면했던 것은 ‘결정의 어려움’이었다. 연출의 방향이라는 것이 확실하지 않았고, 다양한 과정에 익숙지 않아 생기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흔히 말하는 결정 장애의 순간을 자주 맞닥뜨려야 했다. 그 당시, 한 번은 나이 지긋하신 카메라 감독님과 촬영을 간 적이 있었다. 음식과 풍경을 담는 촬영이었는데, 필요한 컷들의 사이즈, 앵글, 움직임에 대해 자신감 있게 설명드리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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