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머릿속에 넘실대는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인데, 요즘의 나에게는 이렇게 저렇게 에둘러 적으면서 부족한 내 모습을 인정하는 수행의 과정인 듯하다. 사람은 타고난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어렸을 때 나의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평생 곁에 둔 친구와 같은 나 자신에 대한 궁금증이 어렴풋하게 생겨났다. 시간을 보내며 TV 프로그램, 영화, 책 따위를 보았다.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러던 중 나는 특유의 ‘우울함’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과학실의 실험군과 대조군처럼 대중 속의 나를 발견했다. 가끔은 비슷했으며, 어쩔 땐 극명하게 달랐다. 영화 '보이후드(Boyhood, 2014)' 중에서 그것이 나쁘다거나, 바꾸고 싶을 만큼 싫다거나 하지 않다. 어쩔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