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3

같은 것을 보는데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

어떤 속물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느낄 때, 내가 그것보다 더 큰 가치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아직 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어렴풋이 동경하고 있는 그런 사람, 흔들리지 않는 주춧돌 위에 서 있는 초연한 사람이 되고 싶은 데 갈 길이 멀다. 언젠가 읽었던 소설 모모의 주인공처럼 한 발짝 앞만 바라보면서 계속 청소해 나갈 뿐이다. 지금의 나는, 내가 단 한 번의 벼락을 맞아 달라지는 유형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인생의 드라마틱한 체험이 없는 대신, 조금씩 변화되는 나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아주 약하게 주어졌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새해가 되면 나만의 테마가 될 수 있는 글귀나 문장을 책상 근처에 붙여두고 있다. 작년에는 '몰입', '내게 필요한 것은 이미 내 주변에 있다.' 이런 말..

군대 꿈을 꾸었다 (접어둔 걱정을 읽고 위로를 받다)

군대 꿈을 꾸었다. 어스름한 여름 저녁. 비가 오려는지 날씨가 좋지 않았다. 나는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길이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부대 복귀에 늦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부대에 도착하니 전쟁에 준하는 어떤 비상 상황이 발령되었다. 꿈이라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분위기는 그렇게 흘러갔다. 상급자로부터 늦게 복귀한 것에 대한 핀잔을 들었지만, 상황이 급박했던지라 크게 혼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사용했던 개인 비품과 장구류들을 모두 버렸으니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게 되었다. ‘아무리 늦게 복귀했다지만 너무 하잖아?’ 어찌 됐든 비상 상황이었고 부대는 분주함으로 가득했다. 나는 서둘러 물건을 찾으러 갔다. 도착한 장소는 쓰레기 매립지처럼 넓어서 내 물품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결..

우울함의 광산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머릿속에 넘실대는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인데, 요즘의 나에게는 이렇게 저렇게 에둘러 적으면서 부족한 내 모습을 인정하는 수행의 과정인 듯하다. 사람은 타고난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어렸을 때 나의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평생 곁에 둔 친구와 같은 나 자신에 대한 궁금증이 어렴풋하게 생겨났다. 시간을 보내며 TV 프로그램, 영화, 책 따위를 보았다.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러던 중 나는 특유의 ‘우울함’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과학실의 실험군과 대조군처럼 대중 속의 나를 발견했다. 가끔은 비슷했으며, 어쩔 땐 극명하게 달랐다. 영화 '보이후드(Boyhood, 2014)' 중에서 그것이 나쁘다거나, 바꾸고 싶을 만큼 싫다거나 하지 않다. 어쩔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