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일 3

고물상도 가져가지 않는 냉장고

부모님께서 멀리 이사를 가시게 됐다. 그래서 집에서 나온 오래된 가구나 가전을 버리게 되었다. 특히 냉장고가 가장 큰 골칫거리였는데, 다행히 인터넷 검색을 해보시고 폐가전 수거가 있다며 신청을 하셨다. 문제는 신청 접수가 너무 많아서 지금 접수를 해도, 열흘 정도 지나야 가져갈 수 있다는 거였다. 일단 아버지는 접수를 하셨다. 동네가 구역별로 마치 땅따먹기를 하듯 재개발이 속속 되고 있는 곳이다. 언덕만 아니었지 달동네 같은 그런 곳이다. 주변에서 이렇게 전신주가 복잡하고 오래되어 하수구 냄새가 나며 낡고 월세가 싼 곳은 없을 것이다. 멀리 가면 또 이런 곳이 있겠지만. 그래도 동네에 이상한 사람, 좋은 이웃 다 함께 얽혀 살고 있는 사람 냄새 나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 냉장고가 화근이었나? 이사 막바지..

그 자리에 남아있는 음악

“여기에 성함하고 연락처 적어주시면 돼요.” “네. 번호 적고... 이름을...” “기다 씨?” “네?” “와. 이름 멋지네요. 이기다 씨” “네. 좀 그렇죠?” “죄송해요. 처음 보는 이름이라. 왠지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데요?” “등록비는 카드로 결제할게요.” “네. 그런데 어쩌다 장구 배울 생각을 하게 되셨어요? 요즘은 수강생도 별로 없어서 말이죠.” “그게... 저는 뭔가 즉흥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개인기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없어서 고민이었거든요. 회사 회식이나 뭐 그럴 때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예전부터 악기 하나는 꼭 다뤄보고 싶었는데 건반이나 복잡한 악기는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아-” “그리고 예전에 라디오를 많이 듣던 때가 있었는데, 우연히 틀게 된 국악 방송을 한참 들었..

사막에서 찾은 바늘

“한국에도 사막이 있다는 거 알고 있어?” “설마” “관광객을 모으기 위한 포장이 조금 있긴 한데, 바다와 인접한 지형에 모래가 많이 쌓이는 곳이 있어. 사진 찍으면 사막의 거대한 사구 같아 보이는 그런 곳들 말야.” “진짜야?”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얼마 전에 여행 다녀오면서 그 해안 사구를 걸었는데, 재밌는 일이 있었어.” “야. 기대하게 하지 마. 별로 재미없는 거잖아. 다 알고 있다고.” “눈치 빠르네? 별건 아니고, 내가 그 작은 사막에서 걷는 동안 왼쪽 발이 불편한 거야. 그래서...” “신발에 모래라도 들어갔어?” “나도 그런 줄 알고 신발을 봤거든? 근데 밑창에 웬 바늘이 박혀있는 거야. 금속 핀 모양인데 조금 녹슬어 있긴 해도 끝은 부러져서 갈라진 게 영락없는 바늘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