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사막이 있다는 거 알고 있어?”
“설마”
“관광객을 모으기 위한 포장이 조금 있긴 한데, 바다와 인접한 지형에 모래가 많이 쌓이는 곳이 있어. 사진 찍으면 사막의 거대한 사구 같아 보이는 그런 곳들 말야.”
“진짜야?”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얼마 전에 여행 다녀오면서 그 해안 사구를 걸었는데, 재밌는 일이 있었어.”
“야. 기대하게 하지 마. 별로 재미없는 거잖아. 다 알고 있다고.”
“눈치 빠르네? 별건 아니고, 내가 그 작은 사막에서 걷는 동안 왼쪽 발이 불편한 거야. 그래서...”
“신발에 모래라도 들어갔어?”
“나도 그런 줄 알고 신발을 봤거든? 근데 밑창에 웬 바늘이 박혀있는 거야. 금속 핀 모양인데 조금 녹슬어 있긴 해도 끝은 부러져서 갈라진 게 영락없는 바늘이었어.”
“하하. 사막에서 바늘 찾았네? 이건 좀 웃겼다.”
“나도 그 생각 했지. 어라? 나는 사막에서 바늘 찾은 녀석이잖아? 운도 좋군. 그런데 정작 나는 이걸 찾은 적이 없었던거야. 그야말로 얻어걸린 거지.”
“쓸데없이 진지해지는 게 네 특기지. 아무튼 우연이지 뭐.”
“그냥... 누군가 바늘이 필요해서 찾는다고 가정한다면, 그 사람이 정말 이 바늘을 찾을 수 있을까? 사막에서 바늘 찾는다는 속담이 원래 어려운 일을 비유하는 말이잖아. 거의 불가능을 의미하는 거고. 찾겠다고 나서면서도 못 찾을 걸 아는데... 그렇다고 희망을 버릴 수는 없는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하고 그런 시도이긴 한데... 해보긴 해봐야 하는 뭐 그런 어중간한 상태의 모습이 떠오른 거지.”
“넌 운 좋게 그 바늘을 찾았잖아.”
“하지만 난 전혀 생각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일이었지. 오히려 성가신 일이었잖아.”
“세상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냐?”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 모래 언덕 한가운데 앉아서 바늘 뺀다는 핑계로 한동안 풍경을 보고, 바람을 쐬고, 육지로 넘어오는 모래를 맞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지. 머리 식히러 간 여행이었는데 신발에 박힌 바늘 한 조각이 ‘나’라는 풍선을 터뜨린 느낌? 원하는 대로 되는 거 하나 없고,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방해가 될 뿐인 바늘이 누군가는 애타게 찾는 물건이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그 바늘은 어쨌는데?”
“가져오긴 좀 그렇더라. 바늘을 보고 있으면 더 복잡한 생각이 들까 봐. 그래서 모래를 좀 판 다음에 깊은 곳에 묻어두고 왔어. 우연히든 뭐든 간에 다음 사람이 찾을 때쯤이면 닳아버렸을 수도 있겠지.”
“악취미 아니냐? 모래밭에 부러진 바늘을 묻어두는 여행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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