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만난 야쿠르트 아주머니.
문이 열려있는 단독주택 대문 앞에서, 마당을 청소중인 집주인에게 뭐라뭐라 하고 계신다. 김장철이 다가오는데 절임배추를 사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야쿠르트에서 배달 요리 판매를 해서 하는건지, 따로 영업 루트가 있으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집주인은 듣는둥 마는둥이다.
나는 요구르트 몇 개를 살 생각으로 카트 앞으로 다가갔다. 물건을 사겠다는 눈인사를 건네자 아주머니께서 집주인에 대한 영업을 접고 돌아온다.
나는 필요한 것 다섯개를 주문한다. 아주머니는 물건 담을 봉지를 꺼내면서 기왕이면 열 개를 사라고 권유한다. 나는 그렇게 많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아주머니는 한 번 더 열 개를 사라고 권유한다. 나는 다섯개만 달라고 다시 말한다. 아주머니는 더이상 말 없이 다섯개의 제품을 담는다.
제품을 봉지에 담으며 절임 배추는 필요 없느냐고 묻는다. 나는 필요 없다고 말한다. 아주머니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한 번 더 물어본다. 나는 거절한다.
나는 작은 스푼 몇 개를 달라고 말한다. 아주머니는 스푼을 꺼내면서 이것도 알려줘야지 한다. 야쿠르트 업체에서 새로 시작한 주문 요리(반찬) 배달 서비스이다. 전단지에 자신의 연락처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면서 잠깐의 영업을 한다. 나는 전단지와 스푼을 받아들고 계산을 한다. 계산을 하고 떠나는데 아주머니의 헛웃음 같은 것이 뒤로 들린다. 기분 나쁜 웃음은 아니었다. 그냥 자신에게 웃는 듯한 느낌.
아주 짧은 순간이 정신 없이 흘러갔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영업이란 이렇게 해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분명 아주머니도 알았을 것이다. 성인 남자에게 절임 배추 권유해봤자 큰 재미가 없을 것이란 것을.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한 두번 두드려보는 것이다. 카트를 타고 골목을 돌다가 문이 열린 집에는 고개를 들이밀어 영업을 하는 것이다. 할까 말까 망설이는것이 아니라 그냥 영혼 없이 무작정 들이대는 것이다.
방송 촬영을 위해 하는 일 중에서 고역인 것 중에 하나가, 길거리에서 무작정 시민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난생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순간적인 신뢰감을 주고 생각을 듣는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간혹 그것이 천성에 맞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내 성격상 그런 행동이 참 힘이 든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딱 한 사람에게만 더 물어보고 가자'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건네면 신기하게도 대답을 곧잘 해준다. 이런 경험이 꽤 여러번 있다.
아주머니라고 달랐을까? 앞뒤 따지기 시작하면 할 수 없는게 영업이다. 몇 마디 권유하는 그 순간에, 누군가는 면박을 주고 누군가는 잘난체 하겠지만 그러다 통하는게 영업이다.
먹고 살기가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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