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일상 사이

인간이 될 수 없는 강아지

CP83 2018. 8. 14. 20:59


“왓! 깜짝이야.”


“왜 그래?”


“아니, 당연히 유모차 안에 아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웬 강아지가 들어가 있네?”


“뭐라고? 요즘 아기처럼 키우는 강아지들이 얼마나 많은데 새삼?”


“그랬나? 나 이런 거 처음 봐... 근데 진짜 귀엽다. 사람 아기 같아. 똘망똘망하게 웃잖아.”


“이러다가 정말 강아지들이 사람처럼 말 할 것 같지 않냐?”


“뭐, 진짜 그렇진 않겠지만 강아지 업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아주 허무맹랑한 생각은 아니려나.”


“당연히 농담이지. 어떻게 강아지가 사람이 되겠냐.”


“그렇지?”


“아기랑 강아지가 똑같은 환경에 태어나서 둘 다 인간의 손에서 길러진다고 생각해봐.”


“갑자기 또 진지해지네;”


“둘 다 분유 먹고, 이유식 먹고 무럭무럭 자랐어. 그렇다면 둘 다 같은 지능을 가진 지성인으로 자랄 수 있을까? 서로 대화를 하면서?”


“당연히 안 되는 거... 잖아? 뭔가 진한 교감 같은건 하겠지만 사람 처럼은...”


“맞아. 근데 난 이게 궁금하더라고. 어째서 사람과 똑같은 환경에서 자라고, 사람처럼 업어 키워도 강아지는 말을 할 수 없고,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능에 한계가 생기는지 말이야. 본능에 지배 당하는 것도 그렇고. 인간과 교감하는 것도 누군가는 생존 전략일 뿐이라고 하고...”


“그렇네. 생각해본 적 없었던 건데 신기하다. 뇌에 무슨 장치라도 있는 걸까?”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그런 기능이 빠져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동물들에게는... 인간은 좀 다른 기능일테고...”


“뭔가 또 설득 당하고 있다. 나.”


“좀 다르게 생각해 봤는데, 무엇이 동물과 사람이 다른 점일까?”


“음... 영혼이 있다는 것?”


“그것도 포함되는 얘긴데, 내가 혼자 생각해보기로는 어떤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상상하고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었어. 인간의 특별한 점이라는 게.”


“개념?”


“사람은 감정이라든지, 사회적인 현상이라든지 실체화 하지 못하는 어떤 대상을 언어나 다양한 표현으로 구체화 하고 그것끼리 실제 있는 양 상상하고 대화할 수 있잖아?”


“응. 그렇지”


“그게, 동물들은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특히 우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공부 같은 행위는, 특히 그 개념적인 것들의 엄청난 충돌과 암기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아주 복잡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돌고래나 침팬지들이 자신의 종족끼리 대화하거나, 인간의 수학을 흉내 내고, 협동을 하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인간의 지적 능력과는 판이하게 다르잖아. 뭔가 본능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이건 좀 딴 얘긴데, 동물들이 거울 보면서 자신의 모습인지 모르는 그런 게 생각나네? 좀 우스꽝 스러우면서도 왜 거울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할까 싶었거든.”


“아무튼, 개념적인 것들을 머리에 넣어두고 그걸 꺼내서 남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게 아주 어려운 내용이란 걸 깨달았어... 갑자기 미안해지네?”


"뭐가?"


"뜬금없이 쏟아내서? 하하"


“요즘 시험기간이라 그런 건가?”


“흐흐 맞아. 공부하기 싫어서 딴생각 하다보니까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 이번 시험 망친 듯... 네가 말한 공부라는 개념도...”


“근데 말야. 인간도 별로 잘난 게 없는 것 같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본능 따라가다 실수하고 인생 망치는 사람도 많으니까.”


“지금 나 디스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