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3

억제기 없는, 나이 먹어가는 어느 날 문득

언젠가 부모님과 대화하다가 내가 무슨 말 실수를 하거나 무례하게 이야기하면 지적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언제부터였을까?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상은 나에게 더 익숙한 곳이 되어가고 있었다. 부모님의 세상은 빠르게 적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기술로 세상이 바뀌어가고, 왠지 그것을 포함한 여러 가지 것들에 조금씩 자식에게 의지하게 되는 그런 형국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게 아닐 수 있지만 나 자신이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부모님은 나를 혼내던 어린시절의 분과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네가 알아서 잘 컸다며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잘 들어주는 그런 어른들이 되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 인생에 이제는 어떤 억제기. 브레이크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지적해줄 일도..

오랜만에 다시 틀어본 인투더와일드(DVD)

이 영화에 만점 평점을 주면서도 매력적이면서 이상하게 느낀 여러 지점들이 있었는데 오늘 내가 이 영화의 어떤 지점을 넘어서 생각하게 됐다는 것을 느꼈다. 영화 '인투더와일드' 한 장면 넘어섰다는 표현은, 내가 뭘 더 잘나졌다는 게 아니다. 같은 영화를 보면서 전혀 다른 것을 느끼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는 뜻이다. 예전에 이 영화에 잠깐 나오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읽고 이 영화를 보기도 했는데, 그동안 쌓인 지식이나 늘어난 생각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국 한 영화를 여전히 감상중이면서 동시에 나 스스로의 재발견 같은걸 했다는 의미로 적은 내용이다.(예전에 같은 영화를 봤던 나와의 시간적인 달라진 점, 캐릭터에 이입하는 내 느낌과 생각의 달라진 점 두 가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 속 주인..

영화 2020.01.30

어린이날 단톡방에서 발견한 내 모습 (30대의 성장이라는 것)

어린이날 저녁. 친구들이 만들어 놓은 단톡방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아빠들 다 고생 많았다는 내용이었다. 결혼해서 자녀가 있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이야기 주제였다. 서로 자녀들의 안부를 묻고, 어린이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몇 명의 싱글 친구들에겐 해당 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아빠들은 고생했겠구나 한 마디 적어둔 뒤 조용히 있었다. 문득, 나는 친구들과 다르게 좀 더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군대를 다녀와서 방송 일을 시작한 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대학에 다녀왔다. 30대 중반인 친구들은 지금 육아에 빠져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자녀가 주는 기쁨과 피로함이 담긴 일상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