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영화2020. 1. 30. 10:24

 이 영화에 만점 평점을 주면서도 매력적이면서 이상하게 느낀 여러 지점들이 있었는데 오늘 내가 이 영화의 어떤 지점을 넘어서 생각하게 됐다는 것을 느꼈다.


영화 '인투더와일드' 한 장면



 넘어섰다는 표현은, 내가 뭘 더 잘나졌다는 게 아니다. 같은 영화를 보면서 전혀 다른 것을 느끼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는 뜻이다. 예전에 이 영화에 잠깐 나오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읽고 이 영화를 보기도 했는데, 그동안 쌓인 지식이나 늘어난 생각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국 한 영화를 여전히 감상중이면서 동시에 나 스스로의 재발견 같은걸 했다는 의미로 적은 내용이다.(예전에 같은 영화를 봤던 나와의 시간적인 달라진 점, 캐릭터에 이입하는 내 느낌과 생각의 달라진 점 두 가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 속 주인공(크리스 맥캔들리스 or 알렉산더 슈퍼트램프)이 요절하지 않고 아직까지 살아있다면 아마도 더 큰 성장을 이루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어쩌면 정 반대로 영화 속 모습 그대로였을까.


 누군가는 젊은시절 가진 신념을 깨뜨리는 것 또는 내려놓는 것에 대한 두려움. 아니면 그것을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삶을 지탱해 나가기도 한다. 이 주인공 역시 그런 굳건한 심지를 태우며 젊음을 보냈고 아름답게 사그라들었다.


 슈가맨3 출연자인 양준일 씨가 방송에서 과거의 자신에게 말했던 내용이 떠오른다. 후속 인터뷰에서 그는 어렸을 때의 자신이 하나만 바라보고 달리던 꿈 혹은 그런 대상을 어떠한 계기로 접어두게 되었고 그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내려놓음으로 인해서 꿈을 포기한 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정확한 말은 아니고 내가 그런 식으로 이해했다. 나중에 출연한 정희경 씨는 자신의 신념으로 16년간 부르지 않았던 노래를 부르게 됐는데, 먼저 출연했던 양준일 씨의 인터뷰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모습이 밝고 홀가분하게 느껴졌다. 그런 모습을 요즘 여기 저기서 발견한다.


 다시 인투더와일드 얘기를 하자면. 영화 초반에 그는 things things things를 말하고 현금을 태워버리기도 한다. 자신은 돈이 필요없다면서 좀 더 어린시절 그렇게 생각하게 된 배경들이 하나 둘 영화에서 나온다.


실제 크리스 맥캔들리스 or 알렉산더 슈퍼트램프 모습과 머물렀던 트레일러


 인간의 작동원리. 그렇게 생겨먹은 불합리한 행동과 선택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면. 혹은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주변 사람들과 나의 소름돋는 공통점을 발견했다면. 돈이라는 것이 어느새 주객이 전도되어 사람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그것에 눈을 뜬 뒤 오히려 돈의 주인으로서 수단이자 도구인 돈의 영형력을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었다면. 그의 삶은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나도 아직 통제하지 못하는 것들이지만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왠지 해낼 수 있었을 것 같아 그의 죽음에 아쉬움이 남는다. 죽기 전 까지 물질에 대한 혐오 속에서 오히려 물질에 더 강력하게 숨통을 조이고 만 듯한 그의 입장.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누가 그의 바위를 옮길 수 있었을까. 그는 이미 많은 나같은 사람들에게 그가 생각했던 것, 실천했던것 이상으로, 그의 삶 그 자체만으로 많은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이 영화는 다음번에 꺼내 볼 때 또다른 생각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내가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성장한다면 이 영화는 다른 메시지를 전달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내게는 계속해서 특별하다.


200119


- 나도 아직 실천하기 어렵지만 생각해본 것들을 영화를 빌려서 적어봄. 적다보니 뭔가 '척'하는 글 같아서 올리지 않으려다가 내가 무슨 눈치를 보나 싶어서 올림.

Posted by C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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