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지극히 개인적이고 잡다한 리뷰를 해봅니다.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적어둡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관람 전이라면 읽지 말아주세요.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관람하고 든 생각은 '내 취향과 다를 지언정,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높았다'였습니다. 한국어 제목은 자칫 애매하게 다가갈 수 있는 '셰이프 오브 워터'에 '사랑의 모양'이라는 부제를 추가해서 조금은 커플들에게 마케팅 하고자하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목이 이해를 쉽게 해준다는 면에서 굉장히 잘 뽑았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영화를 보는 시각을 제한하는 느낌도 들어서 원제목 그대로가 더 좋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떠오른 영화들>
저는 '빅피쉬', '스플래쉬', '향수', 'Wall-E', '판의 미로'의 어른버전 동화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지인 분은 한국 영화 '돌연변이'도 생각난다고 하셨습니다. 괴생명체의 생김새는 감독의 다른 영화 '헬보이'의 캐릭터도 생각났습니다.
☞(참고) 뉴욕타임즈에서 정리한 '셰이프오브워터'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들(영어기사. 클릭하면 이동)
https://www.nytimes.com/2017/12/12/watching/the-shape-of-water-influences.html
셰이프오브워터 괴생명체
헬보이 사피엔
<옛날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유?>
왜 옛날 미국을 배경으로 했을까 싶었는데 나사라는 연구기관이 등장한 것도 그렇고, 탈출씬이 있는것으로 봐서 현대물로 만드는 것 보다는 더 아날로그적이고 감성적으로 연출할 수 있을 뿐더러, 스마트폰이나 보안장치에 대한 복잡한 설정을 걷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시대 설정을 한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옛날에는 미국 정부에서 몰래 외계인을 연구한다는 소문도 있었으니 그런 시대 배경과도 꽤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편으론 감독인 길예르모 델토로의 취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작 영화들의 분위기가 게임 '바이오쇼크'같은 옛날 미국 스타일의 느낌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물이라는 상징의 신선한 사용>
영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상징으로 나오는 '물'은 일반적인 의미로 삶, 죽음, 재생, 씻음, 치유, 부활 등 생명과 관련된 의미로 많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제가 이 영화에서 느낀 물의 상징은 '다양성'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제목부터 물의 모양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이 영화는, 주인공 뿐만 아니라 조연들 주변에서도 다양하게 발견됩니다. 물은 특정한 형체가 없고, 담긴 그릇의 모양대로 변화합니다. 넓은 의미로 인체의 모양을 구성하는 수분, 공기중의 수분까지 포함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까지 볼 영화는 아닌듯 하고, 아무튼 지속적으로 컵에 담긴 물을 보여준다든지 하는 반복작업과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배치, 물과 관련된 사건들로 그런 상징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아래는, 셰이프오브워터 영화 평 중에서도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평이 있어서 담아왔습니다.
어떤 모양으로든 모든 곳에 존재하는 그것. 물과 사랑 그리고 당신.
(번역가 황석희 ★★★★★)
물의 로맨스와 물의 에로스. 어떤 형태도 될 수 있는 물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운.
(영화평론가 이동진 ★★★★☆)
<물의 다양성은 '성'적인 욕구의 다양성?을 의미 하는걸까?>
한국어 제목에 사랑의 모양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첫 장면에서 주인공이 물 속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것과 물 속에서 괴생명체와 성적인 결합을 하는 것 만 봐도 물의 상징이 성적 욕구? 욕망?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괴생명체에게 건네는 '계란'이 물 속에서 삶아지는 과정도 클로즈업으로 여러번 나오는데, 물과의 관련성은 떠나서 그냥 계란을 건네는 의미 자체가 성숙한 암컷이 수컷에게 구애하는 느낌이 들어 성적 욕구와 결합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에게 성욕을 느끼며 추행하는 리차드 씬을 비롯한 크고작은 설정들이 영화를 '사랑' 보다는 '성욕'에 집중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오히려 정상적으로 느껴지는 괴생명체와의 사랑>
영화는 주인공이 괴생명체와 사랑에 빠지는 것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옆집에 사는 화가 자일스는 동성애자이고, 회사 상사 리차드는 보기에 다소 폭력적이고 신체적 욕구의 배설로써 성행위를 하는 인물입니다. 주인공에게 거리낌없이 성추행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화장실 씬만 봐도 성적으로 배려없고 꼬인 인물이란 표현이 충분히...) 한편, 주인공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청소 노동자로 다소 차별 받으며 살아온 인물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모습은(특히 리차드), 주인공이 자신과 닮았다며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괴생명체와의 사랑을 더 정상적으로 보이게끔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물론 영화에서 자일스의 동성애가 나쁘게 그려지진 않았지만, 현실적인 문제와 소수의 성정체성이라는 점을 볼 때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경 속 인물 룻의 비유>
룻은 성경에 나오는 대표적인 '이방민족 여인'입니다. 부족 생활이 강했던 옛날이었기에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 룻은 결혼한 남편이 죽고나서도 시어머니를 떠나지 않습니다. 시어머니와 함께 시어머니의 원래 부족으로 돌아온 후에도 성실히 어머니를 모시다가, 자신과 시어머니를 존중해주는 부족의 권력있는 좋은 남편을 만나 해피엔딩을 맞이합니다.(제가 기억하기로...) 단순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기독교적인 해석으로 볼 때, 이방인으로써 자칫 차별당할 수 있는 인물도 하나님을 믿고 섬기면 구원에 이른다는 종교적인 해석이 가능합니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는 시작부터 이 '룻'과 관련한 공연이 펼쳐지는 극장이 언급되고, 괴생명체가 도망치던중 극장에서 이 영화를 관람하게 됩니다. 뭍이라는 인간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물이라는 세계에서온 이방인 괴생명체를 룻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성경적인 비유를 차용하고는 있지만 영화 자체는 굉장히 성경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a
아무튼, 이런 설정에 은근히 힘을 실어주는 캐릭터는 러시아와 미국에서 이중첩자 노릇을 하던 박사 역할에서도 느껴집니다. 두 나라 사이에서 활동하는 박사는 자신의 실험체인 괴생명체를 죽이고 싶어하지 않는 자신의 양심과 과학자로서의 사명감 때문에 갈등하게 됩니다. 자신의 신념 때문에 두 나라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방인 같은 모습이 박사에게서도 많이 느껴집니다. 이런 크고 작은 요소들이 모여서 다양성이라는 주제와 또 결합되는 묘한 해석을 하게 됩니다.
<성경의 상징을 사용하지만 성경적이지 않은 표현 방식의 영화>
굳이 따지자면 악당 역할인 리차드가 굳이 삼손의 이야기를 하며 자신을 동일시 하는 모습은, 괴생명체를 룻에 비유한 이야기 때문에 빌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 성경 vs 성경의 대립 구조를 차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 구조의 안정성을 위해서? 이런 성경적인 서사를 따라가려는 시도는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 재미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 중 한명인 청소부 동료를 삼손을 배신한 들릴라에 비유하는 모습이 굉장히 아이러니 했습니다. 기독교적으로는 불경하게 해석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확대 해석으로 볼 수도 있지만, 기독교에서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는것을 세례 의식으로 하는 만큼, 물 속에서 자위행위를 하거나 섹스를 하는 부분도 고의적으로 병치시킨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자체에서 신, 성경구절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기 때문에 든 생각...)
<생각하면 할 수록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
사랑은 국경도 초월한다는 옛말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다양성과 금기를 깨는 진보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개인적인 사랑의 완성이라는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영화였으며, 성적인 표현에 있어서는 도발적이었던 묘한 영화였습니다. 과거의 스플래쉬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인어라는 보편적 설정이었다면 그걸 뒤집는 설정부터도 그렇고, 크고 작은 여러가지 요소들이 그런 느낌을 들게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다 적을 수 있을 만큼 정리가 되지는 않네요(능력 부족). 주인공의 상처이기도 했던 아가미의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외계인 같은 괴생명체를 굳이 신으로 설정한 점, 다양성과 진보적인 사랑을 표현하지만, 보편적인 사랑의 표현에는 인색했던 점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물을 만드는 일을 하는 저에게 이 영화는 상당히 완성도 높은 수작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 화면의 구성, 편집의 유며 등 전체적으로 말이죠. 저도 아직 잘 모르는게 많지만 많은 분들의 평점이 후한것을 보면 대부분 보는 눈은 같은 모양입니다. ㅎㅎ
이 사진 보고 현실 복귀 ㅋ
결론은 '셰이프오브워터'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감독의 예전 작품인 판의 미로가 어린이의 세계관에 현실의 냉혹함을 담은 잔혹동화였다면, 이번 영화는 어른 버전의 그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부족한 리뷰를 보시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의미나 상징을 굳이 억지로 찾아보려고 노력한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영화나 소설 같은 작품은 인간의 상상력에서 나온 것입니다.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어떤 영감을 받아서 말이죠. 그것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간에 작품의 결과물은 관람객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역시나 저는 그런 점에서 새롭게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이번 리뷰를 또 길게 적게 되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같은 장면을 본 다른 관람객들은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했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연출자는 어떤 의도로 이 영화를 만들었을지 저 조차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예전에 비해서 더 복잡한 구조와 상징을 담은 영화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더욱 분별력 있는 시각을 기르고 영화를 본다면 더욱 재밌는 여가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결론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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