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일상 사이

자다가 꾼 꿈도 일상의 새로움이 되는 요즘

CP83 2018. 5. 15. 08:38

꿈이었다.

 

대규모 집회가 있는 커다란 대학 강당이나 교회... 라고 하기엔 잠실종합운동장 만한 규모에 구역별로 따로 집회가 가능하면서 아래로 중앙 홀이 내려다보이는 그런 구조였다. 꿈이라서 가변적인 구조였던 것 같다.

 

밤이었다.

 

많은 사람들,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도 속속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을 피해 여기저기 다니다가 후미진 골목에서 넘어졌다.(어째서? 아무튼) 고개를 드니 보이는 것은 양 옆 복도로 길게 늘어선 어항들. 복도식 주택의 그것 마냥 좁은 길목이었다. 그 양쪽 벽면에 어항이 가득했는데, 막상 일어나서 자세히 보니 수조에는 온통 괴상한 물고기들이 종류별로 가득했다. 내 꿈에는 큰 어항이 가끔 나오는데 오늘은 특히 많았다. 물고기들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나오는 세스트랄처럼 어두운 계열 위주의 색감과 뼛자국이 드러나는 기괴함이 있었다. 그리고 어항 뒤에서는 빛이 나와, 유영하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한층 더 그로테스크하게 만들었다.

 

집회의 목적은 어떤 대학 강연같은 느낌으로, 모인 사람들 역시 30대 중반인 내 나이보다 한참 어린 학생들이었다. 사실, 나는 20대 후반에 대학에 입학했다. 아마도 그 때 느낀 감정을 현재의 시점에서 한 번 더 느끼는 그런 분위기였다.

 

꿈 속 집회에 모인 사람 중 딱 한 사람만 기억이 나는데, 실제로 대학에 다닐 당시 같은 과에서 알던 동생이었다. 그 사람 역시 나처럼 대학을 조금 늦게 왔지만 아직 나보다는 한참 어렸다. 나와는 다르게 다소 외향적이고 다혈질이라고 생각되었다. 아무튼, 뜬금없이 내 꿈에 나왔다고 생각될 정도로 나와 친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사이였는데, 그래도 학교에서 만나면 나를 형이라 부르며 예의를 갖춘 편이었다.

 

꿈에서 난데없이 마주친 그 동생(물론 꿈속에서는 우연히 만난거였지만)과 여기 어쩐일이냐 하는 간단한 인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재밌는건 내 자격지심 때문이었는지 그 동생의 말투나 눈빛이 나이 먹고 아직도 그러고 있냐?’는 투의 비아냥으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나는 서둘러 말을 얼버무리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꿈이라서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이정도만 어렴풋이 생각난다.

 

일어나서 곱씹어보니, 요즘의 내가 느끼는 감정 중의 하나가, 여러 가지 요소들의 결합으로 배출된 듯 했다. 내가 기억하는 그 동생은 앞서 외향적이라고 적기도 했지만 나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사람이었다. 지금은 무얼 하고 지내는지 알 수 없으나, 아마도 나는 스스로 은둔자라고 부르는 요즘의 삶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정답이 있는 문제 풀이를 읽은 것도 아니지만, 내 나름의 해석을 함께 떠올리다보니 이런 꿈 하나도 일상의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얼마전 IT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하는 선배와 통화를 하던 중 저는 올해도 이런저런 뻘짓 하다가 시간만 보내겠어요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상담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명인 시간이 공부하고 자기를 만들어가는 시간이라며 한 청취자를 위로했다. 늘 무언가를 하자고 되뇌이지만 게을러지는 삶 속에서, 오늘도 작은 뻘짓들을 축적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