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일상 사이

지금은 사라진 맥도날드 생일파티 공간을 떠올리면서...

CP83 2018. 6. 27. 10:26



예전에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다. 햄버거 조리(조립)와 카운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아침 장사를 준비하는 오프닝 멤버였다. 카운터에 있으면서 일에 관련된 매뉴얼이나 본사에서 내려오는 매장 운영 관련 지침이 담긴 문서들을 보곤 했다. 언젠가 지침서 하나가 내려왔는데, 매장 한켠에 마련된 어린이들의 생일 파티를 공간에 대한 내용이었다. 요즘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생일 파티를 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그런 용도로 마련된 공간이 있었다. 그곳을 어떻게 꾸미고 생일 파티는 어떤 순서로 진행하고, 아마도 내 기억에는 아이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겨주면 좋은지 그런 디테일 한 내용까지 담겨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이용 장난감도 마지막에 나눠주도록 했던 것 같은데 이건 내 기억이 워낙 오래되고 흐릿해서 사실과 많이 다를 수 있다. 아무튼 어린이 생일 파티에 관한 매뉴얼은 있었고, 그것은 내게 인상 깊었다.




맥도날드 뱃지

▲ 예전에 일할 때 받았던 맥도날드 뱃지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좌측은 신입 크루에게 주는 뱃지, 우측은 빅맥 이벤트 할 당시에 받았던 뱃지(2003년이라고 적혀있음)

스카우트 뱃지 모으는 어린이 처럼 요상하게 동기 부여를 해주던 핀뱃지였다.




최근 몇 년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구글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뜬금없이 어린이 생일파티??? 그런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운영 전략에 관한 느낌 같은 것이었다. 유튜브는 국내의 유사한 동영상, 방송 플랫폼과는 비교될 정도로 창작자에 대한 지원과 서비스가 디테일하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고민하는 음악 저작권 걱정을 덜어주는 무료 음원을 계속 업데이트 해준다. 내가 운영하는 채널과 업로드한 영상에 대한 매우 자세한 분석은 물론,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 지에 대한 무료 강의를 함께 제공한다. 구독자가 확보된 크리에이터들 끼리의 만남을 주선하는 파티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의도치 않은 콜라보 영상들이 나오게 하고, 크리에이터 아카데미를 통한 영상 제작자들의 온-오프라인 교류를 지원한다. 구독자가 확보된 크리에이터에게는 실버 버튼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선사한다. 기본적인 골자는 유튜브 자체 콘텐츠의 양과 질을 늘리고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겠지만, 내가 흥미롭게 느끼는 지점은 플랫폼의 사용자가 고품질의 자체 제작 컨텐츠를 많이 생산하게 하기 위한 관점과 전략, 접근 방식이 국내 업체들과는 매우 다르다는 점이었다.


최근 국내 포털에서 유튜브를 따라잡겠다며 블로거들을 모으고 영상 분야 양성에 대한 포부를 발표하는 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뉴스에서 접한 그 이벤트가 내눈에는 '보여주기',  '빨리 성과가 있는듯한 느낌을 만들어서 윗선에 보고하고 끝내기' 위한 것으로 비쳐졌다. 직접 행사에 가본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세히 적을 수는 없겠지만, 회사 직원에게도 애사심을 심어주기 어려운 요즘에 일반인들이 '아, 내가 이제 영상을 열심히 만들어 업로드 해야겠구나!' 하겠나. 그에 반해 유튜브는 조금 얄미울 정도로 사용자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제공하며 철저한 이득을 취한다. 각종 기능들과 적재 적소에 팝업되는 도움말 속에 Nudge(넛지, 자연스럽게 등 떠밀리듯 사용자를 변화시키는 마케팅)의 느낌이 담겨있다. 이 점이 좀 무섭게도 느껴졌다. 처음 접근을 굉장히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그 속에는 분석적이고 디테일한 것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어 끝도 없이 파고들 수 있다. 장기적으로 플랫폼에 정착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쓰고 있지만 플랫폼 이용자들에 대한 관점 역시 다르지 않다. 유튜브 플레이어의 디테일한 기능들과 개인화된 영상 추천 알고리즘만 봐도 혀를 내두르게 된다. (구독자들이 직접 자막을 넣을 수 있는 기능, 화면 좌우 터치로 5~10초씩 되감는 기능 등등)


철두철미하지만 드러내지 않고 사용자의 동선과 감정을 짚어가는 세심함. 맥도날드의 어린이 생일 파티 매뉴얼이 생각났다. 그 때 그 생일파티 했던 어린이들은 다 큰 어른이 되었을 지금 맥도날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크고 단단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 독하게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해보인다. 그렇지만 그것이 사용자에게는 아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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