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49

성경 읽기, 매일 조금씩 자란다.

맥체인 성경읽기를 하면서 좋은 것 중에 하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가르침’이 조금씩, 자주 더해진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근에 느꼈던 작은 깨달음 중에 하나가 있다. 그동안 나는 ‘예수님의 모든 것’이 기독교의 진리이며, 그로인해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 자유는 ‘죄’와 ‘율법’ 이 두 가지로부터의 자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사망(육체의 죽음)’으로 부터의 자유를 주셨다는 것이다. 지식의 개념으로 억지로 이해하려던 그 어렴풋한 무언가를 확실하게 내 마음 속 문맥으로 정리하게 하셨다. 많은 신앙생활의 선배들이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것들도 영적 어린이인 나에겐 새롭기만 하다. 미약하지만 조금씩 자란다. 물론 각 사람에게 맞는 방법으로 깨닫게 하..

관찰자로서의 방송 연출 (동료들은 다 아는데 이제야 정리해보는 관찰의 개념)

나는 사람들의 행동,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대화, 존경받는 희생의 이타적인 판단까지도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원활한 편집을 하려면, 촬영 단계에서 ‘액션과 리액션’을 잘 담아야 한다. 어떤 ‘행동’(움직임 그 자체 혹은 의도)이 발생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반응’이 짝을 이뤄야 하는 것이다. 프랙탈 구조처럼 컷과 컷의 작은 단계부터, 신과 시퀀스의 굵직한 덩어리까지 주제를 향한 ‘액션과 리액션’의 협응이 필요하다. 내용이나 느낌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액션만 계속 발생되는 장면의 연속은 의도된 연출에 의해서 강렬하고 특이한 느낌(주로 광고, 뮤직비디오)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흔히 생각하는 드라마적인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사실 삶 자체도 행동과 반응의 연속이며, ..

어린이날 단톡방에서 발견한 내 모습 (30대의 성장이라는 것)

어린이날 저녁. 친구들이 만들어 놓은 단톡방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아빠들 다 고생 많았다는 내용이었다. 결혼해서 자녀가 있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이야기 주제였다. 서로 자녀들의 안부를 묻고, 어린이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몇 명의 싱글 친구들에겐 해당 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아빠들은 고생했겠구나 한 마디 적어둔 뒤 조용히 있었다. 문득, 나는 친구들과 다르게 좀 더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군대를 다녀와서 방송 일을 시작한 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대학에 다녀왔다. 30대 중반인 친구들은 지금 육아에 빠져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자녀가 주는 기쁨과 피로함이 담긴 일상에 대..

책임 없는 돌멩이

어떤 사람들은 명쾌한 것을 좋아한다. 이분법적인 질문 공세로 나를 괴롭게 한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조언들. 듣고 싶었던 말을 절묘한 타이밍에 만난 것 같은 순간의 착각. 언어의 명확하지 못한 성질 때문에 질문과 의심이 끝날 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은 뚜렷하지 않다. 온갖 미생물이 섞여 있는 한여름의 연못. 누군가 당신에게 던진 조언과 질문 속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똥을 싸고 날아가 버린 비둘기. 몸속의 호르몬은 수용체와 모양이 꼭 맞아떨어질 때만 작동한다. 스쳐 가는 조언은 분별력과 꼭 들어맞아야 효과를 발휘한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조용한 폭발. 누군가, 언젠가, 언어라는 소통 수단 말고 좀 더 정확하고 직관적인 무언가를 발명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인간의 삶은 획기적으로 나아질 수 있을까? 필요 ..

인터뷰 진행 중 경험한 이상 신체 증상 (내성적인 PD의 말 못 할 고충)

교양 프로그램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동료들에게 조차 말 못 한 고충 하나가 있었다. 제작 여건이 열악한 관계로 혼자 촬영을 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카메라를 가슴에 붙여 들고 몇 발치 앞의 인터뷰이와 일대일로 이야기하는 동안 갑자기 몸이 굳어버리는 일이 생겼다. 주로 목 뒤로부터 시작하는 근육의 경직이었다. 이게 시작되면 인터뷰이와 도저히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눈을 마주치면 긴장이 목덜미 위아래로 퍼지면서 얼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때마다 카메라를 조금 높게 들어서, 액정화면 뒤로 내 얼굴을 숨겼다. 시선의 교류를 차단하려고 했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증상이 완화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액정 화면 속의 사람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고, 그 간접적인 시선만으로도 몸의 긴..

군대 꿈을 꾸었다 (접어둔 걱정을 읽고 위로를 받다)

군대 꿈을 꾸었다. 어스름한 여름 저녁. 비가 오려는지 날씨가 좋지 않았다. 나는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길이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부대 복귀에 늦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부대에 도착하니 전쟁에 준하는 어떤 비상 상황이 발령되었다. 꿈이라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분위기는 그렇게 흘러갔다. 상급자로부터 늦게 복귀한 것에 대한 핀잔을 들었지만, 상황이 급박했던지라 크게 혼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사용했던 개인 비품과 장구류들을 모두 버렸으니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게 되었다. ‘아무리 늦게 복귀했다지만 너무 하잖아?’ 어찌 됐든 비상 상황이었고 부대는 분주함으로 가득했다. 나는 서둘러 물건을 찾으러 갔다. 도착한 장소는 쓰레기 매립지처럼 넓어서 내 물품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결..

큰 착각 (조용히 지내는 삶이 주는 오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한 지 몇 년이 지났다. 주로 혼자서 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몇 년이 흘렀다. 그렇게 내 나름의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그런지, 조용히 몇 년을 보내면서 몸과 마음이 안정되고 내 나름대로 너그럽고 온화한 성격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교회와 예배에 더 자주 참석할 수 있게 되었고, 나에게 주어지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작은 깨달음이 모이면서 조금씩 성숙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가끔 사람들을 만나 안부를 묻다 보면, 요즘의 내 삶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경제적으로는 회사 다닐 때만큼은 못 할지언정,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건 큰 착각..

예수님을 아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세상을 버리고 나를 연단하는 과정의 삶. 일상 생각.

오늘 성경 말씀을 읽다가 마음에 꽂힌 구절이 있다. 맥체인 성경읽기를 2017년도에 마치고, 요즘에 다시 또 읽고 있는 중인데, 그동안 신앙 생활에서의 관심사랄까? 나의 주의를 끄는 내용에 변화가 조금씩 있어왔다. - 처음엔 인간의 죄성. 반복되는 죄, 징벌, 회개, 축복, 다시 죄. 반복 반복. - 그 다음은, 예수님을 통한 구원하심 그 자체에 대한 기쁨과 감사에 대한 생각. - 다음은, 율법에서는 자유로워졌으나 마음 속 믿음과 죄에 대한 더 어려운 양심적인 판단으로 신앙 생활이 훨씬 더 높은 차원이자 어려워졌다는 점. - 다음은, 나에게 주어진 어려운 상황, 남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상황도 나를 훈련하시는 과정이라고 하는 생각. - 예수님으로 충분하며 세상 것들로 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훈련과정의 계..

계곡의 흙냄새 (기다 씨의 상담 일지 #2)

♪ Family of the Year 'Hold Me Down' “계곡에 가면 나는 흙냄새요. 고운 흙은 아니고 작은 자갈과 낙엽이 삭아서 섞인 거예요. 맑은 계곡물에 씻기면서 깨끗하고 상쾌한 냄새가 나요.” “구체적이네요.” “제가 여행을 많이 안 다녀봐서 본 것도 아는 것도 별로 없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향기를 꼽으라면 그 냄새예요.” “흙냄새가 좋기는 하지만 낙엽 썩은 냄새가 상쾌하다니 좀 의외네요?” “습기가 고여서 꿉꿉한 그런 게 아니에요. 제가 말한 장소는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니까 상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표현하기 힘든데 아마 그 장소에 같이 가보시면 아실 거예요.” “제가 등산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럴지도.” “흙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은 저 말고도 많지 않나요? 비 올 때 나..

아침 수영과 타임 루프

나름 부지런한 인간이 되어보자며 시작했던 ‘아침 수영’. 일곱 시에 시작하는 체조에 맞추려면 보통 여섯 시 조금 넘는 시각에 일어나야 한다. 지금은 수영하지 않는다는 어떤 선배가 말했다. 여러 운동을 해봤지만, 특히 준비와 정리가 번거로운 운동이 수영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침 수영을 다닌다. 학창 시절이나 군 생활의 내 모습에 즐거운 운동은 없다. 그래. 나는 운동에 재능이 없구나. 또래 집단은 평범하게 즐기는 활동일 뿐인데, 감각과 실력이 없으니 재미도 없었다. 그런데 수영을 배우고 생각이 달라졌다. 물속에서는 몸이 가볍고 자세가 곧아졌다. 수영을 마치고 나오는 길은 폐가 열린 듯 상쾌했다. 강습이 힘들어 헐떡대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런 게 ‘러너스 하이’ 아닐까 싶은 활기찬 기분을 느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