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일상 사이 70

사막에서 찾은 바늘

“한국에도 사막이 있다는 거 알고 있어?” “설마” “관광객을 모으기 위한 포장이 조금 있긴 한데, 바다와 인접한 지형에 모래가 많이 쌓이는 곳이 있어. 사진 찍으면 사막의 거대한 사구 같아 보이는 그런 곳들 말야.” “진짜야?”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얼마 전에 여행 다녀오면서 그 해안 사구를 걸었는데, 재밌는 일이 있었어.” “야. 기대하게 하지 마. 별로 재미없는 거잖아. 다 알고 있다고.” “눈치 빠르네? 별건 아니고, 내가 그 작은 사막에서 걷는 동안 왼쪽 발이 불편한 거야. 그래서...” “신발에 모래라도 들어갔어?” “나도 그런 줄 알고 신발을 봤거든? 근데 밑창에 웬 바늘이 박혀있는 거야. 금속 핀 모양인데 조금 녹슬어 있긴 해도 끝은 부러져서 갈라진 게 영락없는 바늘이었어...

요리하는 작은 새

작은 새 한 마리가 요리를 시작했다.작은 새는 감자 몇 덩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연거푸 들었다 놓는다. 수프는 끓어가고, 작은 새의 손에는 서툰 상처의 피가 멎었다.방황하던 입술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혀가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음식을 꿀떡 삼키고 날아 가버렸다. 작은 새는 식탁에 놓인 빈 그릇을 보며 말했다. “고마워” 신이 난 작은 새는 하늘에 날개를 바치는 대는 대신 요리 방법을 선물로 받았다.작은 새의 날개 끝은 오그라들고 나는 방법을 잊었다.작은 새의 이름뿐인 날개는 젖고 마르고 또 젖는다.작은 새의 상처는 그늘진 주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작은 새는 계속 요리한다. 알고 지내던 바쁜 새가 찾아왔다. “요리로 돈을 벌어 봐” 작은 새의 가슴은 방망이질을 멈추지 않았고,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 “..

부끄러움의 방문

‘띵 – 동’ “누구세요?” ‘철 – 컥’ “안녕하세요. 저는 ‘부끄러움’이라고 합니다.” “네? 뭐요?” “최근에 부끄러운 일 하신 적 있으시죠? 그것 때문에 방문했습니다.” “아니... 무슨 단체에서 오신 거 같은데, 뭐 촬영하세요?” “댁이 유명인이라도 되는 줄 아세요? 지금 장난하는 게 아닙니다.” “아니, 뜬금없이 부끄러운 일 했냐고 물으니 황당하잖아요? 아니다. 관심 없으니까 돌아가 주세요. 그럼...” “황당? 다른 얘기 해드릴까요? 혼자 잘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을 케케묵은 것들을 기어코 밖으로 가지고 나와서 애꿎은 사람들 얼굴에 뿌렸단 말입니다. 그게 더 황당하지 않나요? 누구냐고요? 당신이죠. 직접 경고해주러 온 저를 무시하고 들어가려 하시네요? 마주할 용기가 나질 않나요?” “아니 뭐 ..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

“오늘 좀 피곤해 보이는데?” “어...” “잠이라도 설쳤어?” “그냥 던진 말이겠지만 넌 촉이 좋단 말야. 진짜 이상한 꿈을 꾸긴 했거든... 무서운 꿈이라고 해야 되나?” “그 뭐더라? 네가 말했던 1년에 몇 번 없다는 그 날이었나 보네?” “응. 평소엔 혼자 지내도 아무렇지 않은데, 이상하게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오싹한 밤이 있어. 어제 꿈도 좀 뒤숭숭해” “말해 봐. 어떤지는 내가 듣고 얘기해줄게” “어... 그게... 꿈속에서도 새벽 두 세 시 쯤 됐던 것 같아.” “시작부터 음침하네” “정확한 앞뒤 정황은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웅장한 석조 건물 내부를 핸드폰 조명만 가지고 헤매고 있었어. 바닥은 아주 차가운 대리석이었고, 정말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았지.” “음...” “아마 1층 중앙 ..

할아버지를 추모하는 방법

며칠 전 외할아버지의 5주기 날이었다. 오랜만에 외할머니댁에 모인 가족들이 기독교식 추모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하게 되었다. 할머니께서 준비하신 여러 음식을 먹으며 문득 매년 똑같이 흘러가는 추모의 시간이 덧없게 느껴졌다. 모여서 형식적인 예배를 드린 후, 밥을 먹고 헤어지는 것이... 그래서 나는 한 마디 하게 됐다. “이따가 커피 마시면서 각자 할아버지와 있었던 추억 같은 걸 얘기해보면 어떨까요?” 처음엔 다들 안 해봤던 이야기 주제인지라 으잉? 하는 반응이었지만 이내 분위기는 ‘그렇게 한 번 해보지 뭐’로 바뀌며 뜻이 모아졌다. 커피가 준비되고 나는 임시 사회자가 되어 할머니께 첫 번째 발언 기회를 드렸다. 할머니께 할아버지와의 추억 하나를 얘기해주십사 했는데, 할머니는 각자 돌아가면서 기도를 하자..

의미 없는 것들로 부터 위로 받는 시대

“오랜만이다.” “그래. 뭐 얼굴을 보니 별 일 없었던 모양이군.” “음...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 결국엔 널 마지막으로 봤을 때랑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긴가...” “뭘 또 그렇게 까지 얘기 하냐? 그냥 하는 소린데” “응. 알지. 근데 요즘에 좀 뭔가 꽉 막힌 느낌 같은 게 들어서 말이야.” “꽉 막힌 느낌?” “왜 한창 여론에서 소확행이다. 먹방이다 뭐 이런저런 것들이 유행하고 있잖아? 서점에 가면 힐링이다 위로다 하는 에세이가 인기 많고” “이제 세상 돌아가는 게 좀 보이는 모양이지?” “그게 실은 나한테도 작은 위로를 주는 일들이었거든. 근데 뭔가 한동안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까 그것들도 결국 다 의미 없다는 생각이 확 드는거야. 좀 소름 돋게 말야.” “왜? 너 자신에게 어떤 만족감이나 ..

어중간한 재능 (재능의 발견 과정과 실패. 친구와 대화 후 남겨진 생각들)

친구는 이상적인 세상과 현실 속 세상, 사회적 시스템의 부조리함 등 여러 가지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중에서 중고등학교 시절, 정부의 교육 슬로건 이자 그 친구가 믿었다던 '한 가지만 잘해도 되는 세상'이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았다. "한 가지만 잘해도 되는 세상" 당시 힙합 음악에 심취했던 그는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어 녹음하여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업로드를 하고 나름의 순위권에도 진입했었다.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 들려준 적은 있었어도 이렇다 할 크고 굵은 이미지로 기억에 남는 것은 없었다. 그 당시 그런 걸 했었지 정도로 기억은 하고 있는 정도였다. 친구들은 몰랐지만 본인 나름대로는 열심을 다해 기획사에 노래를 보내 보기도 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 한다. 하지만 큰 수확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그는..

유병재 씨가 나온 꿈...

당황스럽다 이런 꿈을 꿨다는 것이... 그런데 꿈에서도 유ㅇㅇ 작가님의 고유의 특징(?)적인 면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고, 재밌기도 해서 적어두기로 한다. 꿈 속 이야기 임을 다시 한 번 적어둔다.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 홈쇼핑에서 남성 속옷을 판매하러 나온 그...(시작부터 불안) 그런데, 생방송 도중 판매하러 나온 팬티를 직접 보여주겠다며 나서게 되고, 자신이 입은 팬티를 보여주다가 심각한 성기 노출이라는 대참사가 발생 된다. 이후 SNS에는 난리가 나게 되었는데... 이슈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자, 그는 오히려(?) 자신의 전라 노출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게 된다. 영상은 국내 음란물 관련 법망을 피해 외국계 블로그에 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강제로 삭제하거나 처벌할 수 없었다. 내용은 구속 받는 현대 ..

'보편적 감성'이 부족한 콘텐츠 제작자. 성공할 수 있을까?

소설이든 TV프로그램이든, 한 줄의 기사나 캠페인이든 대중에게 전달되는 콘텐츠에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는 '보편성'이다. 보편성을 가진 콘텐츠는 대중의 빠른 이해와 공감을 도모할 수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미리 심어놓은 빛나는 아이디어가 제대로 대중의 머릿속에 박힐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과연 보편적인 감성을 잘 캐치 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아니 의문이라기 보다는 많이 부족한 듯 하다. 어떤 상품(콘텐츠)의 기획 단계에 있어서 막연한 베일에 가려진 결과물과 그것의 흥행 여부는 그동안의 사회적 분위기와 유사 상품의 인기 등 여러가지 요소로 어물쩍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한국에 커피 전문점이 들어오기 전, 프랜차이즈 업체의 국내 도입에 대한 가치 평가에서 커피 전문점은 그다지 높..

모르는 게 약

밤 늦게 편의점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는데 뭔가 좀 이상한 냄새가 난다. 아주 진하게 나지는 않아서 그냥저냥 물건을 고르고 있는데 멀리서 직원분들 끼리 하는 얘기가 "야, 쥐 죽어있던 거랑 구더기 나온 거 사장님 나오면 꼭 얘기 드려""네." 그리고 나이 많은 남자는 사무실 쪽으로 들어가더니 쉭쉭하고 스프레이 같은 걸 연신 뿌려댄다. 상황 파악이 된 나는 그 두 사람이 방금 전 거사(?)를 치르느라 가게 전반에 옅게 퍼진 냄새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계산을 하면서, 나이 어린 직원의 손은 쥐를 만졌을까 상상했다. 나이 어리다고 시켰을까? 나이 많은 분이 솔선수범(?) 했을까? 내가 고른 삼각 김밥이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친절한 직원이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왔다..